술과 음식에는 궁합이 있다.

삼겹살에는 소주가 제격이고, 홍어삼탁에는 막걸리가 곁들여 져야 한다. 생선 초밥 (스시) 이나 사시미 요리에는 차게 한 다이긴조 사케 (일급 정종) 가 있어야 한다.

파스타에는 이태리 끼안티 와인이 어울리고, 생굴에는 불란서 상세르 와인이 좋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뭐니뭐니해도 불란서 보르도 와인이 딱이다.

그렇다고 꼭 이 궁합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저 함께 먹어 보았는데 잘 어울리면 된다.


술은 크게 소주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 와인이나 막걸리 같은 발효주의 2가지로 나누는데, 발효주 중 하나인 와인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똑같은 맛이 절대 없다는 점이다.

do you speak wine? 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도 그런 이유다. 제각각 다른 맛을 내는 발효주인 와인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복잡한 'wine 語' 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와인은 여자다.

어떤 와인은 떱떨하고, 어떤 와인은 상큼하다. 어떤 와인은 무겁고, 어떤 와인은 맵다. 같은 해에 제조된 와인이라도 다 맛이 다르다. 포도 종류에 따라, 재배 지역에 따라, 또 보관 방법에 따라.

어떤 여인은 상큼하고, 어떤 여인은 귀엽다. 어떤 여인은 달콤하고, 어떤 여인은 핫하다. 같은 해에 태어난 여인이라도 다 맛이 다르다. 여인의 성격에 따라, 스타일에 따라, 또 보관 방법 (?) 에 따라......

제각각 다른 맛을 내는게 세상에 있는 수많은 여인네들 같다. 따 먹어 보기 (?) 전까지는 정확한 맛을 알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do you speak wine? 처럼 do you speak woman? 이라는 말도 있을 듯 싶다.

와인은 여자다 1 칼럼

와인은 여자다 2 칼럼



sideways / 감독: 알렉산더 페인 / 주연: 폴 지아마티


그런데 고이 보관해 두었던 1961년산 최고급 슈발 블랑을 햄버거와 함께 들이켜야만 하는 사내의 심정은 어땠을까.

가장 숙성된 맛을 내는 그 시점에, 가장 아름다운 상대와 있는 그 순간에 코르크가 따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러지 못한 것도 인생.

오래도록 숙성시켜온 인생이 상대를 제대로 못만나고, 또 제때 활짝 열리지 못해서, 비록 싸구려 햄버거와 함께 들이켜 지더라도, 즐거이 마시도록 하자.

어차피 모든 와인은 한번은 오픈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고,  또 그 한번의 오픈이 바로 마지막 오픈이라면,,,,,,,,



***  아무리 열받는다고 제발 이러지는 말자.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