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여자다 2

음식 남녀/취중 천국 2011. 12. 8. 23:44 Posted by dupbap


'와인은 여자다'  글을 쓴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다시 이태리산 il poggione 브루넬로 몬탈치노 와인을 마시며, '와인은 여자다 2' 를 써 봅니다.



와인을 제대로 느끼고 즐기려면 '와인 = 여자' 라는 생각만 하면 됩니다.


눈, 코, 입의 순서대로


여자를 고를 때 보통 외모, 성격, 궁합을 말합니다.  이를 와인과 대비시켜 보면, 빛깔, 향기, 맛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에 눈, 코, 입이 달려 있지요?  순서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여자를 볼 때 첫인상을 봅니다.  섹시한지, 수수한지, 귀티가 나는지.  그리고 그 인상에 기초를 두고, 앞으로 나와 어떻게 어울리게 될지를 상상합니다.  어떤 식의 데이트가 진행될지를 예상합니다.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잔에 비치는 색깔, 잔을 기울였을 때 흘러 내리는 속도, 각도에 따라 달라 지는 느낌 등등을 보며, 과연 이 와인이 어떤 맛으로 다가올지를 상상해 봅니다.




그 다음에는 향기입니다.  여자의 옆에 앉아, 그 여자의 향기를 느끼면 아찔해 지는 사람이 있고, 짜증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항상 향기 가꾸기에 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무리 이뻐도 입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면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잔에 코를 살짝 갖다 대고 향기를 맡아 봅니다.  우선은 와인이 상했는지 안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냄새를 가꾸지 않는 여자는 멀리 하듯이, 썩은 와인은 과감히 포기하는게 신상에 좋습니다.



잔을 약간 흔들어서 공기와 만난 후에 느껴지는 와인의 향기.  꽃 향기, 과일 향기, 허브 향기, 스파이시 향기 등등 중에서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향기를 떠올립니다.


여자의 인물을 보고, 향기를 느꼈다면 그 다음에는 맛을 즐겨야 합니다.  여자의 입술과 가슴을 맛으로 느끼는 건 남정네들의 최고 즐거움입니다.  그 맛이 내 입맛에 딱 들어 맞을 때 우리는 속궁합이 맞는다는 말을 합니다. 물론 속궁합이 딱 들어 맞지 않아도, 그 나름의 독특한 개성적인 맛을 느끼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맛에는 네가지 맛이 있습니다.  달콤한 맛, 신 맛, 짠 맛, 쓴 맛. 

하지만 여자를 느낄 때 이보다 더 많은 맛들이 있습니다.  매운 맛.  떫은 맛, 감칠 맛, 톡 쏘는 맛, 통통 튀는 맛, 뻑뻑한 맛, 비린 맛, 쫄깃쫄깃한 맛.

와인의 맛을 보면서도 이런 맛들을 표현해 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와인에서 과일, 꽃, 야채, 허브, 스파이시, 초콜렛, 커피 등등의 맛을 뽑아내어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빛깔, 향기, 맛을 생각하면서 와인을 즐겼다면 적어도 와인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입문의 경지는 넘어 선 겁니다.

이제 평가를 하는 단계로 넘어 갑니다.  여자의 외모에 반했고, 향기에 반했고, 맛에 반했다면, 평가를 내리듯이 말입니다.  이 평가 단계를 할 줄 알아야 고수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균형 - 조화 - 복잡 - 완성


'낮에는 요조 숙녀, 밤에는 요부'  이게 바로 최상의 여자라고 하지요.  균형이 잡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너무 심심한 여자도 재미없고, 너무 섹시하기만 한 여자도 감당키 어렵고 그렇습니다.

와인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여러가지 요소가 '균형' 적으로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달콤한 맛과 신 맛이 적절히 들어 가 있어야 하며, 떫은 맛을 내는 탄닌도 적당히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여자라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요소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여자듯, 와인도 와인만이 가지는 요소들을 기본적으로 균형있게 갖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각각의 비율은 다를 수 있어도.



'어린 여자는 맛이 없다' 는 표현을 많이 쓰지요.  균형이 맞기는 한데 뭔가 숙성이 덜 된 경우나, 왠지 여러가지 것들이 조화스럽지 못할 때를 말합니다.

와인에 들어가 있는 여러 요소들이 완벽하게 어울리면서 '조화' 를 이루어야 좋은 와인입니다.  충분히 균형을 맞추었지만, 아직은 조화롭지가 않을 때는 개봉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이쁜 여자라도, 아직 조화롭지 않을 때는 맛을 보지 마세요.



균형이 맞추어졌고, 조화롭다면 일단 와인으로서 충분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는게 '복잡' 이라고 하는겁니다.

여자와 몇번 잤는데 슬슬 싫증이 느껴지는건 뭔가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맛은 있는데, 뭔가 부족하다.....

와인이 그렇습니다.  한입 머금었는데, 와인이 혓 속에 들어 가서 춤을 추는 것을 느낄 때, 순간 순간 맛이 변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줄 때, 보통 와인과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만나게 되는 이런 복잡한 와인은 꼭 그 이름을 기억하고, 다음에 또 그 감동을 느껴 보려고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완성' 이라는 항목은 '여운' 이라는 말과도 통합니다.  어떤 여자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두고 두고 생각나는 것.  그런게 완성입니다.  금방 잊혀 지지 않고, 계속 생각이 나는 여자.

와인을 마셨는데 이런 여운이 진하게 남는 완성을 느끼는게 최상의 단계입니다.



이제 글을 마칩니다.


'눈-코-입' 으로 느끼고,

'균형-조화-복잡-완성' 을 평가하는게 와인을 마시는 겁니다.


비싸다고 최고가 아닙니다. 
자신의 감각으로 느끼기에 최고인 것.
그게 최고의 여자고, 최고의 와인입니다.


여자 중에 최고의 여자를 평생 맛보고 살고 싶듯이
와인 중에 최고의 와인을 평생 마시고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천국입니다.


ㅌㅋny 12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