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여자다.

음식 남녀/취중 천국 2011. 2. 13. 00:38 Posted by dupbap

오늘은 평소 꼭 써보고 싶었던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내용이 조금 야해질 수도 있습니다.   남녀 평등, 여성 해방을 부르짖는 페미니스트들로부터는 엄청난 비난도 예상합니다.  하지만 날이 날인만큼 다들 이해하기 바랍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와인은 참 매력적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와인을 마실 때마다 '와인은 여자와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리커 스토어에 들어 가 보십시오.  수많은 술 종류가 진열되어 있지만 매장의 대부분은 와인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게다가 무진장 종류도 많습니다.  5불짜리 와인부터 천불이 넘어 가는 와인까지.  불란서, 이태리, 스페인, 독일,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호주, 뉴질랜드,,,, 와인의 산지도 각각입니다.  불란서 와인이라도 레드, 화이트 와인으로 나누어 지고, 캐버네 쇼비뇽, 피노 노아, 멜로 등등 포도의 종류에 따라, 나누어 집니다.  이태리 와인은 불란서 와인과는 부르는 방법부터 다릅니다.


이런 수많은 와인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정말 고민이 되는 대목입니다.    여자 고를 때의 고민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와인의 기본을 모르면 도대체 고를 방법이 없습니다.  무턱대고 매장 직원에게 어떤 와인이 좋냐며 조언을 구합니다.  그런데 이건 진짜 문제가 있는 태도입니다.  내가 마실 와인을 남이 골라 준다?  내가 살 여자를 남이 골라 준다와 같은 말입니다.  리커 스토어에 들어 가기 전에 와인의 기본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여자의 기본을 모르면 여자 고를 때 실패할 확률이 높은거와 같은 이치입니다.



어떤 와인이 좋을까?  비싼 와인? 


처음에는 가격이 어느 정도 나가는 와인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평생에 같이 할 여자가 몇명 안되듯이, 평생에 내가 마실 수 있는 와인의 종류도 몇가지 안됩니다. 이왕이면 좋은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인생사 덜 고달픕니다.  잘 모르면 일단 가격이 15불 이상 되는 와인을 고르세요.   잘 모르면 여자의 첫 인상이나 말하는 태도를 가지고 일단 골라 보는거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아무리 값비싼 와인이라고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도루묵입니다.  오늘 사시미를 먹는데 떫뜨름함이 강한 고급 캐버네 쇼비뇽 와인을 구입한다면, 천하의 스시 요리사가 만들어준 사시미라도 그 맛을 잃어 버립니다.   아무리 비싼 (?) 여자도 나하고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 내가 처한 상황에 잘 어울리지 않는 여자는 오래 못갑니다.


정답은,,,,  내 입맛에 잘 어울리는 와인.  내가 와인을 마시는 이벤트에 맞는 와인입니다.  이것도 와인이 여자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요.
 
가끔은 싼 와인 중에서도 보석을 건지기도 합니다.  이때의 즐거움은 뭐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별로 탐탁치 않게 여겼던 여자가 알고 보니 요리도 잘하고, 마음 씀씀이도 이쁘고, 밤일도 잘한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와인을 고르기만 했다고 끝난건 아닙니다.  잘 보관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여자를 잘 고르면 뭐합니까?  잘 보관하지 않으면 와인이 상합니다.   와인 본래의 향도 달아 나고, 마실 수 없는 식초로 변합니다.   늘 챙겨 주고, 아껴 주고,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와인이 제 맛을 발하는거.  여자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늘 챙겨 주고, 아껴 주고, 귀하게 여겨야 좋은 여자가 됩니다.

또 숙성이 필요한 와인은 충분한 숙성 기간이 지난 후에 오픈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제대로 된 맛이 안납니다.  이제 갓 스물 넘은 여자에게 사십 중년의 농익음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이치.



와인을 마시기 전에는,,,,  (이제 슬슬 야~~~ 한 대목으로 넘어 갑니다.)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몇시간 후에 따 먹을것인가를 결정해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는 시간을 결정해야 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마시기 30분전에 냉장고 넣어 두어라....  레드 와인은 1시간 전에 미리 냉장고 넣어 두었다가 마시기 30분전에 꺼내 놓아라...  여자하고 잠자리를 할 때 준비와 다름이 없습니다.  머리도 단정하게, 수염도 깔끔하게, 향수도 조금 뿌리고, 양치질도 하고......


와인을 딸 때도 특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코르크 마개에 정조준을 해서 살살 힘을 주어서 오픈해야지 무조건 힘으로 밀어 부치다가는 코르크 마개는 부숴지고, 그 부스러기는 와인병  속으로 들어가서, 그 귀하게 선택하고 보관 잘 해 왔던 와인을 망치게 됩니다.  어렵사리 잡은 사랑스런 여자와의 하룻밤을 이렇게 망치다니,,,,,  천천히,,,,  무조건 천천히 입니다.  처음에는,,,   



와인을 마시는 방법에도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제대로된 와인 잔이 없으면 시작하지도 맙시다.  종이 컵에 와인을 따라 마시는 일.  콜라잔에 와인을 따라 마시는 일처럼 짜증날 때가 없습니다.   레드 와인에는 레드 와인 글래스가 있고, 화이트 와인에는 화이트 와인 글래스가 있습니다.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 이왕이면 분위기 있는 침대 위에서 은근한 조명이 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면 낭만적이겠지요?   가끔은 들판에서 거칠게 일을 벌릴 수도 있겠지만 역시 여자와의 그 일은 아늑한 방에서 하는게 제일 로맨틱합니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문제입니다.  적당히 마셔야 합니다.  와인은 취해서 넘칠 때까지 마시는 술이 절대 아닙니다.  한잔을 마셔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 향과 맛을 즐기고,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정도를 느껴야 합니다.  여자와 사랑을 할 때 무작정 몇번 했냐는 횟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한번을 해도 얼마만큼 느꼈느냐는 질이 중요한거와 같습니다.   느끼면서 마시는 와인.  느끼면서 간직하는 여자.


와인을 다 마시고 난 다음에도 그냥 쓰레기 통에 빈병을 버리지 맙시다.  오늘 마신 와인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하며, 코르크를 보관해 본다든지, 라벨을 한번 더 읽어 보는 세심함은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을 배가시킵니다.  여자와의 잠자리가 끝나자 마자 옷 주섬주섬 챙겨 입고 담배 연기 뿜어 대는 남자가 멋있나요?  아니면 타독거려주고 꼭 안아 주는 남자가 멋있나요?



자.  이제 마지막입니다.


좋아 하는 와인이 있어도 매일 한가지 와인만 먹는거.  물론 권하지 않습니다.  이 대목은 여자에게는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해 봅니다.


한 여자와 평생을 사는 일.  어쩌면 참 지겨울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와인은 마음대로 바꾸어 마셔도 괜찮지만,,,  여자는?  문제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한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여자 스스로 맛과 향을 매번 바꾼다면,,,,,  다른 여자 안찾아도 됩니다.  평소에 정숙한 여자도 가끔은 밤에 야한 속옷도 좀 입고, 허트러진 모습도 보여 준다면,,,,, 딴데 눈 안돌립니다. 


만일 한가지 와인이 매번 향과 맛을 다르게 낸다면 다른 와인 찾을 일도 없을겁니다.  물론 아주 가끔은,,, 낯선데서 딴 와인을 들이킬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에게로 돌아 오겠지요.  '조강지처'가 아니라 '조강지와인' 입니다.



이제 글을 마칩니다.


와인은 TERROIR 입니다.  TERROIR 는 포도가 자란 토양, 물, 날씨, 포도 재배 방법, 숙성 방법 등 와인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통틀어서 말하는 용어입니다.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가 자란 환경, 배움의 정도, 스타일 등등이 여자의 향기와 맛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와인과 여자는 복잡합니다.


한순간에 만들어질 수 없는 와인.  한순간에 만들어 질 수 없는 여자.


와인의 향기가 곧 여인의 향기임을 깨닫고,
와인을 마실 때나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
천천히, 부드럽게, 음미하면서 즐깁시다.

ㅌㅋny 02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