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짱 아저씨입니다. 오늘은 뉴욕에서 살고 있는 뉴요커들 중 일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스시를 사랑하는지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제가 레스토랑이나 수퍼마켓 스시 코너에서 미국인 고객들과 실제 겪은 일들입니다. 뉴욕짱 아저씨는 사실 서울에서 일식당을 직접 운영한 적은 있지만 미국에서는 스시를 사먹기만 했지 전혀 일식당 운영 경험이 없었어요. 게다가 여기서는 제가 직접 칼 잡고 스시바에 섰던터라 뉴욕 맨해튼 고급 일식 레스토랑에서 일 시작했을 때 얼마나 낯설고, 또 손님들과 관계를 어떻게 할지 걱정을 참 많이 했는데....

그런데 스시맨 일을 하다 보니 뉴요커들의 스시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미국인들도 이제는 스시 다이에 앉아서 식사 하는 것이 테이블보다 더 실속이 있고 격조가 있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시 다이에 직접 앉아서 스시맨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게다가 뉴요커들중 스시바를 자주 찾는 사람들은 스시나 일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일식 요리 용어에 대해 일본어로 줄줄 꽤차고 있는 사람이 꽤 많이 있습니다.미국 스시바에서는 보통 메뉴판에는 영어로만 나와 있는데 목에 힘주고 일본 용어로 자랑스럽게 오더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우나기 (eel / 장어 ) / 우니 (uni / 성게알) / 하마치 (hamachi / 방어) / 토로 (toro / 참치 대뱃살) / 마구로 (tuna / 참치) / 이까 (cuttle fish / 갑오징어) / 사와라 (spanish mackerel / 삼치) / 사케 (salmon / 연어) / 시메사바 (marinated mackerel / 고등어) / 테마끼 (hand roll / 회전말이 김밥) / 에다마메 (soybean / 완두콩) 등등......

용어뿐만 아니라 맛에 대해서도 일일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하지요. 이건 조금 맛이 밋밋한 것 같으니 이런 소스를 한번 더 넣어 보라든지... 또 이런 것은 집에서 이렇게 해서 먹어 보면 맛있던데 한번 요리로 개발해 보라든지....

한편 스시 다이에 앉는 손님들 중에는 20대 후반 /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피 스타일 데이트 족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도 남자애들이 데이트 하는 여자들에게 자신이 뭔가 있어 보이게 하려는 것은 한국과 똑같지요. 일식 집에 처음 와보는 것 같은 여자애 앞에서 일본 요리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주고, 또 일본 용어로 오더를 하고 그러지요. 젖가락 잡는 법도 가르쳐 주고, 와사비 먹는 법도 가르쳐 주고....

그러면 스시맨들도 금방 눈치를 채고 데이트족들에게는 특별한 스케다시를 서빙하고, 또 너는 특별한 손님이기에 더 준다는 식으로 좋은 생선 사시미나 스시를 몇점 더 놓기도 하지요. 한마디로 데이트하는 여자 친구 앞에서 남자 친구 광을 한껏 내주게 하는거지요. 예전에 미국 2-30대 사이에서 불란서 요리 집에 가서 데이트 하던 문화가 이제는 일식 요리 집에서 데이트 하는 것으로도 확산이 된거 갑습니다.

한편 뉴욕 사람들은 사시미 칼을 휘두르는 스시맨들을 많이 보지 못해서인지 스시맨들이 식당에서 작업을 할 때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특히 손님 앞에서 오이나 무우를 돌려 깎기 (가츠라무끼) 하거나 또는 광어 같은 흰 생선을 얊게 포떠 내는 (우수주꾸리) 것을 할 때는 감탄사를 연발하지요. 사실 스시 일 하시는 분들한테는 가장 기초적인 일인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롤 같은 김밥 마는 것도 어떻게 하는지 스시 다이 앞에서 이리 보고 저리 둘러 보고 하는 사람도 있지요. 한번은 VCR 을 가져와 아예 녹화를 해 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다나요...

한편 손님들 중에는 어린 아이들도 많이 옵니다. 한번은 부모하고 동행한 12어살 먹은 먹은 애가 스시 다이에 앉아서는 데카마키하고 카파마키를 달라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 용어는 튜나 롤과 오이 롤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스시맨으로 일하는 사람 중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건데... 이제 갓 중학생쯤 돼 보이는 애가 어려운 일본 용어로 주문을 하길래 "너 언제부터 일식 먹었냐"고 물어 보니 "5살때부터 부모들이 일식 집에 데리고 다녔다고 그러더라구요. (사진 참조 - 인터넷에서 퍼온 스시 먹는 미국 꼬마 소녀)

게다가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뉴욕 웨체스터 수퍼마켓 스시 코너에는 단골 손님이 1명 있는데 이 친구는 나이가 이제 10살입니다. 엄마 따라 장보러 와가지고는 주문하는 내용이

"salmon nigiri 5 pieces, kani stick nigiri 5 pieces and give me some more sushi gari, please" 뭐 이런 식입니다. (연어 니기리 스시 5점 / 게맛살 니기리 스시 5점 / 그리고 초생강 좀 더 넣어 주세요)

처음에는 놀랬었는데 이제는 거의 매주 2-3번은 오는 손님이라 스시바에서 일하는 스시맨들이 가장 반기는 친구입니다. 스시를 즐길 줄 아는 꼬마라는 거지요. 그 녀석에게 물어 보니 자기네 반에서도 스시 좋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그럽디다. 아직은 자기네들이 사먹기에는 비싸서 먹고 싶으면 부모를 조르는 수 밖에 없지만...

게다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제 아들넘도 가끔 학교에 스시로 점심을 싸달라고 합니다. 친구들이 너무 좋아 해서 인기가 좋다고 그래요. 물론 생선 스시는 상할까봐 못가져 가고 주로 캘리포니아 롤이나 일본 만두 (슈마이), 그리고 새우 덴뿌라를 섞어서 넣어 주는 거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뉴요커들의 스시 사랑은 점점 깊어 갑니다. 게다가 스시를 사랑하는 연령층은 점점 더 낮아져 가고 있구요. (노인네들은 스시라면 손을 설레설레 저을 정도로 부정적인 사람이 많습니다마는) 그러니 뉴욕 내지 미국에서의 스시 비지니스는 앞으로도 전망이 밝아 보입니다. 고객이 점점 젊어지고 그 층은 점점 더 확산되고, 또 스시를 사랑하는 정도는 점점 더 깊어지니까 말입니다.

아무쪼록 이런 미국의 일식 문화 확산에 맞추어 이 뉴욕짱 아저씨도 큰 돈 좀 벌어야 할텐데.....

자, 오늘은 여기까지...

뉴욕에서 스시 하나로 밥먹고 살고 있고 있는 뉴욕짱 아저씨...

뉴욕짱 아저씨 한 말씀 - 뉴욕에서 스시맨하다 보면 은근슬쩍 시네루 보내는 미국 아가씨들 꽤 있지요. 한번은 진짜 넘어 갈뻔도 했지만서리~~~


(본 글은 2005년에 쓴 글입니다.  그점을 감안하고 이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