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을 'SS 의 맨해튼 침공' 이라고 해 놓으니 무슨 새해 벽두부터 독일 나치 무장 친위대 게슈타포 이야기를 하는 줄 알겠습니다.

실은 오래전부터 한번 써보려고 했던건데, 최근 미국 음식 잡지 bon appetit 에서 재미있는 슬라이드 쇼를 하나 올렸기에 작정하고 2012년 첫 글로 써 봅니다.

bon appetit 의 슬라이드 쇼 보러 가기

미국 일식업에 처음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가장 이색적인 재료.

바로 '시라차 소스 (sriracha sauce)' 를 이용한 25가지 요리 방식이라는 슬라이드 쇼입니다.



베트남계 이민자가 1980년대에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제조하기 시작한 태국식 칠리 소스. 
rooster (수탉) 그림이 한 중앙에 딱 박혀 있는 Huy Fong 사의 시라차 소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고, 톡 쏘면서도 뭔가 은근한 감칠맛이 도는 묘한 소스.
월남 국수를 먹을때도 여지없이 뿌려 대는 소스.


뉴욕 일식당에서는 보통 roll 에 매운 맛을 내야 할 때 스파이시 소스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그 일식 스파이시 소스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이 시라차 소스가 들어 가야 합니다.

(일식당에서 사용하는 스파이시 소스 배합 비율)

huy fong 시라차 소스 1 + 일본 kewpie 표 마요네즈 3 + 날치알 약간 + 파 약간 +  참기름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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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스파이시 소스는 스파이시 튜나 롤, 스파이시 샐먼 롤, 스파이시 캘리포니아 롤 등등 스파이시 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메뉴에는 두루 두루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라차 소스는 그 맛의 파워가 너무나 중독적이라, 한번 맛을 들인 사람은 끊임없이 이 소스를 찾게 됩니다.  bon appetit  매거진의 슬라이드 쇼에서 볼 수 있듯이, 블러디 매리 칵테일의 매운 맛을 내는데도 이 소스가 사용되고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중독성으로 인해 재료의 순수한 맛을 강조해야 하는 일식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요리에 사용될 때 그 강한 성격으로 인해 음식 전체를 좀 천박하고, 무책임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맨해튼의 일부 정통 일식집에서는 이 소스 자체를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삶을 살면서 가끔 무슨 이질적인 요소가 강력하게 세상을 지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세상이 그것으로 물들고, 그것이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파라다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합니다. 

시라차 소스.  과연 미국 식당업의 새로운 파라다임으로 떠오르게 할만한 무슨 특별한게 있는걸까요?

오늘부터 저도 그걸 좀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뉴욕짱 아저씨 한말씀 - 다들 하루 하루를 천박하고, 무책임하게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너무 무겁고, 심각한건 건강에 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