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짱 아저씨입니다. 오늘은 미국 뉴욕의 일식 비지니스가 왜 정통 일식보다는 퓨전 쪽으로 더 각광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뉴욕의 퓨전 바람의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해 좀더 상세히 이야기 해 봅니다. (사실 한국에서 미국식 일식의 퓨전 바람이 불고 있다는데 그 실체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 캘리포니아 롤 이야기할 때 말했듯이, 한 나라의 음식이 다른 지역에 새로 도입될 때 조금은 변형 과정을 거쳐야 쉽게 들어 갈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선은 먹는 사람들의 입맛이 다르고, 또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가 원래 써야할 재료와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미국 일식의 경우, 실은 '노부' 이전에 정통 일식집이 꽤 있었으며, 아직도 뉴욕 맨해튼에는 유명한 정통 일식바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식당이나 수퍼마켓 스시바에서는 퓨전 방식의 일식 음식을 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유야 단 한가지....간단합니다. 장사가 되니까요.

그렇다면 미국 일식의 퓨전화의 본체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서 일식과 남미 음식의 결합입니다. '노부' 식당이 미국 뉴욕 일식의 대중화 바람에 선도 역할을 했다고 한것 기억나나요? 그리고 미국 일식을 말하기 위해서는 남미 음식을 꼭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 '노부' 식당의 주인장인 노부유키 마쓰히수 (사진 참조) 의 경력을 보면 이해가 갈 것입니다. 일본계 이민자인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대통령으로 재직하였던 남미의 페루를 잘 아시지요? 한 10년 대통령 해 먹었나? 하여튼 노부는 후지모리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에 페루에서 3년여간 이민 생활을 한 경력이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스시맨으로서 정통 일식 요리법은 마스터 한 상태입니다.

당시 그는 페루에서 즐겨 찾을 수 있는 생선, 야채 등등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고, 이것을 가지고 각종의 일식 요리를 해 보았으며, 동시에 남미인들이 먹는 다양한 요리 방법을 일본 요리에 대입해 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너무 전통 일식만 고집하기 보다는 마음을 유연하게 갖고 다양한 이질 문화를 받아 들인 것이지요. 그러다가 미국 LA 로 이주했으며, 자기 일식당을 운영하던 중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를 만나게 되어 결국은 뉴욕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는 기존의 뉴욕 일식집들과는 달리, 일식에 남미 음식이 짬뽕된 음식으로 승부를 겁니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인들이 이미 남미 음식에는 익숙해져 있지만, 정통 일식에는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입니다. 사실 그때까지도 그렇고 지금도 정통 일식만 고집하는 뉴욕 일식점들의 주고객들은 미국인이 아닙니다. 하여튼 그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물론 드니로의 인기라는 후광도 큰 작용을 했지만, 워낙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일식 + 남미 짬뽕 스타일' 음식이 미국인들에게 어필했으니까요.

한번 노부 레스토랑의 메뉴 중 남미 음식과 결합된 메뉴를 둘러 볼까요?

1. 사시미 샐러드 - 사시미를 각종 야채와 버무려서 참깨 샐러드 드레싱을 끼얹은 것 (17불)
2. 뉴 스타일 사시미 - 사시미 위에 각종 양념을 얹고 그 위에 뜨거운 기름을 끼얹은 것 (13불) - 날것 싫어 하는 사람 위해 끓는 기름으로 약간 익히는 방식
3. 살사 홍합 - 홓합을 살짝 데친 후 그 위에 남미 특유의 살사 소스를 얹은 것 (10불)
4. 티라디토 노부 스타일 - 각종 생선위에 실란트로 잎을 올린 후 그 위에 각종 남미 칠리 소스를 뿌린 것 (13불)
5. 옐로우테일 & 할라페뇨 사시미 - 하마치 사시미를 살짝 불에 그슬린 후 남미 고추인 할라페뇨를 함께 뿌린 것 (16불)
6. 랍스터 ceviche - 잘 익힌 랍스터 살을 각종 야채 (토마토, 양파, 실란트로, 아보카도 등등) 과 버무린 후 라임 쥬스가 섞인 샐러드 드레싱에 버무린 것 (12불) - 남미에서 날생선을 먹는 방식인 ceviche 를 응용한 것

등등입니다. 이외에도 더 많은데 다음에 또 소개하지요.

하여튼 이런 남미식 조리법 내지는 재료가 가미된 일식을 선보였으며, 더구나 음식 데코레이션은 완전히 불란서 음식에 버금갈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을 하면서 까다로운 뉴요커들의 눈과 입을 매료시켜 버린 겁니다.

또한 이외에도 노부 식당에서 음식을 배운 남미 출신 스시맨들이 맨해튼에 각종 퓨전 음식점을 차린 것도 뉴욕 일식당의 퓨전화를 가일층시켰습니다. '삼바 스시' 라고 해서 아예 브라질 음식을 접목시킨 일식점도 있을 정도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아예 서양 음식 요리사와 일식 요리사가 동업 형식으로 일식집을 차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노부식 퓨전 일식이 힛트를 치니까 서양 요리사들이 거꾸로 일식을 배워서 서양 요리에 일식을 응용한 요리도 내놓는 음식점도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지난번에 말한 튜나 타타키 같은 것은 서양음식점, 중국 음식점 등등에서도 많이 판매하고 있는 메뉴입니다.

결론적으로 뉴욕의 일식은 "일식 요리 방법 + 남미식 재료 첨가 + 불란서식 데코레이션" 인 퓨전입니다..

이렇게 '노부'가 불러 일으킨 뉴욕의 일식 퓨전화 바람은 마침내 '아이언 쉐프' 라고 하는 일본 후지 텔레비전의 한 프로 (요리의 철인) 가 미국 푸드 채널에 방영되면서 가속화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오늘은 여기까지......

뉴욕에서 스시 하나로 밥먹고 살고 있는 뉴욕짱 아저씨....

* 뉴욕짱 아저씨 한말씀 - 지금까지 배운 것, 아는 것만 너무 고집 부리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flexible 하게 삽시다. 유연하게~~~ fusion 하게~~~

(본 글은 2005년에 쓴 글입니다.  그점을 감안하고 이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