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짱 아저씨입니다. 오늘은 지난 몇해 사이에 한국에 소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는 퓨전 스시의 원조 캘리포니아 롤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도대체 이 캘리포니아 롤은 어떻게 미국 스시 시장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걸까요? 뉴욕에서 스시 관계 일을 하면서 가장 의문이 가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미국 스시 관련 서적을 보면 197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 주로 이민을 온 한 일본인 초밥쟁이가 캘리포니아 지역에 일식당을 내면서 당시 미국인들이 갖고 있던 "스시= 날생선" 이미지를 깨뜨리기 위해 그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소비되는 '아보카도' 를 한번 사용해 본 것이 그 원조라는 학설이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보카도 (사진 참조) 는 사실 묘한 과일입니다. 그 미끈미끈한 육질하며, 독특한 향기와 맛. 그리고 영양가는 굉장히 높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입가격이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미국 현지에서는 개당 소비자 가격 1불 ~ 1불 50전 정도입니다. 원산지는 라틴 아메리카입니다. 남미애들은 아보카도라면 사죽을 못씁니다. 특히 아보카도를 으깨서 그 안에 라임 쥬스와 양파 다진 것 등등을 섞어서 만든 '과카몰리' 소스는 타코나 콰사딜라 같은 음식에 필수적으로 들어 갑니다. 또한 생고기를 구워서 만든 '아사도' 같은 음식을 주로 먹는 남미인들에게는 빠질 수 없는 영양소입니다.

이와 같이 남미 지역에서 유래한 아보카도는 남미인들이 많이 이민와서 사는 캘리포니아 지역은 물론 남미계의 이주가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 전역에서 필수적으로 판매되는 과일입니다. (** 앞으로 미국 일식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미 음식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차차 말씀드리지요.)

하여튼 이 아보카도를 한 일본인 스시쟁이가 일본 김밥에 도입하면서 만들어 진 것이 캘리포니아 롤이라는 것이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캘리포니아 롤 안에 들어 가는 재료 (구) 는 아보카도, 오이채, 그리고 게맛살입니다. 만들기 아주 간단하면서도 그 맛은 오묘하지요. 잘 지어진 초밥에 아보카도의 미끈한 맛, 오이의 싱싱한 맛, 게맛살의 짭잘한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제가 운영하는 맨해튼 스시 코너에서도 전체 매출의 30% 정도는 캘리포니아 롤이 차지합니다. 미국에서 스시 장사 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고마와해야 할 아이템인 거지요.

캘리포니아 롤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하였습니다.

크기를 크게 만든 '자이안트 캘리포니아 롤', 김밥 겉에다가 날치 알 (마사고) 을 묻힌 '캐비어 캘리포니아 롤', 외벽에다가 각종 생선을 둘러싼 '레인보우 롤', 외벽에 장어를 둘러싼 '드라곤 롤' 등등은 이미 미국 스시 시장에 일반적인 스시 롤로 자리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저희 회사에서도 선을 보인 '캘리포니아 샐러드 롤' (모든 재료를 잘게 썰어서 스파이시 소스에 버무린 후 안에 넣는 롤), '하와이안 롤' (캘리포니아 롤을 자른 후 그 위에 와사비 마요네즈 소스를 뿌리고 날치알 뿌리고 아보카도 잘라서 장식하고 땅콩 가루나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린 후 일본 깻입으로 장식한 롤) 등등은 미국 손님들에게 한창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 스시의 간판 스타 '캘리포니아 롤'. 정통 일식의 관점에서는 벗어 나 있지만, 현지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그 지역에서 많이 나오는 재료를 충분히 이용한 이 상품은 사실상 한 문화 상품이 이질적인 문화권에서 자리잡기 위한 전형적인 모델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본 모습 (스시를 만드는 밥 내지는 김밥 제조 방식) 은 그대로 고수하되 현지인들에게 맞게 약간의 변형 (날것을 거부하는 문화에다 그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별도로 첨가) 을 가하는 것 말입니다. 아마 한국 음식도 캘리포니아 롤이 미국 식문화에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따라 해 본다면 아마 성공할만한 아이템이 있을 겁니다.

하여튼 미국에서는 '스시' 하면 바로 '캘리포니아 롤' 을 떠올릴 정도로 캘리포니아 롤의 인기는 추종을 불허하며, 아마 그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참. 미국내의 깁밥은 아시다시피 누드 김밥이 주종입니다. (밥을 밖으로 하고 김은 안으로 해서 만드는 인사이드 아웃 스타일) 한국의 김밥마는 식은 (김을 밖으로 하는 호소마끼 스타일) 미국인들이 질겨진 김이 입에 닿는 것을 별로 좋아 하지 않아서 잘 안 팔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뉴욕에서 스시 하나로 밥먺고 사는 뉴욕짱 아저씨.

* 뉴욕짱 아저씨 한 말씀 - 스시는 꼭 생선을 갖고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본 글은 2005년에 쓴 글입니다.  그점을 감안하고 이해하시기 바랍니다)